예전에 벤처를 창업했던 선배(CEO)가 즐겨 썼던 말이 있습니다.
* 밤은 샜냐?
그 선배는 제가 봐도 정말 열정으로 몸이 타오르는 듯 한 모습이었습니다. 눈매도 독수리 같이 매서웠죠.
술 자리에서는 이런 말을 아주 자주 했습니다.
* 밤을 새서 하면 된다. 불가능은 없다."
또한 밤을 새는 것은 정열적으로 공부하는 학생과 개발자의 기본 자세라고 목청 높혀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 선배가 창업한 회사의 사무실에서는 간의식 침대(라꾸라꾸)가 놓여 있었죠.
밤을 새는 게 정말 제대로 일하는 걸까?
그럼 그 선배가 했던 주장은 맞는 말이었을까요? 시간이 흐르고 보니 틀렸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일단 그 선배와 같이 일하던 많은 개발자들이 떠났습니다. 맨날 밤을 새는 개발을 2~3년을 하니 몸이 망가진 거죠.
다들 약을 입에 달고 지내다가 병원 신세를 진 분도 생겼습니다.
연구소장은 당뇨병에 걸려 엄청 살이 빠져 오랫 만에 본 친구들이 못 알아보게 했습니다.
결국 그 스타트업은 거의 문을 닫기 직전의 상황이 됐고 한 때의 열정은 물거품과 같이 사라지게 됐죠.
이번에는 소프트웨어 공학 관점에서 그 스타트업 벤처 회사가 주로 썼던 밤을 새는 전략이 통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밤을 새면 해결이 되는 과제의 난이도
사실 난이도나 스팩의 구현 복잡도가 높지 않은 프로젝트에서는 어느 정도 '밤을 새는 전략'이 통하기도 합니다.
기본 기술 역량이 부족해도 밤을 새면 부족한 역량의 빈틈을 메꾸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벤처 회사는 초반에 많은 성과물을 냈습니다. 프로젝트로 많이 수주하고 매출도 올라가게 된 것이죠.
시간이 지나고 보니 밤을 새서 마무리한 프로젝트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 깨닫게 됐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면 R&D에 투자를 해서 개발자들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 회사의 CEO는 '밤을 새면 된다'란 창업 정신을 갖고 있는 분이어서, R&D 투자를 소홀히 했습니다.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끊임없이 야근과 밤샘을 통해 결과물을 냈습니다. 물론 새로운 개발자를 영입하거나 기존 개발자의 역량을 키우는데 소홀히 했습니다. 구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야근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개발을 하면 된다라고 CEO 선배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이어에 조그마한 구멍이 나면 천천히 바람이 빠지듯이 이 선배가 차린 벤처의 기술 역량도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벤처의 생명인 개발의 근간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그래도 그 선배는 '밤을 새면 통한다'라는 전략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근간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밤을 새면서 코딩을 하니 '아무리 밤을 새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계속 버그를 양산하는 결과물'을 내게 됩니다. 말 그대로 밤을 새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거죠.
시간이 흘러 제대로 일정을 못 맞추는 상황에 직면하거나 일정을 맞춰도 버그가 엄청나게 많은 결과물을 양산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기반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밤을 새서' 일정을 맞췄다면 그 프로젝트가 그리 난이도 높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밤을 샌 전략을 계속 써야 하는지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선배의 예시
예전에 다른 선배가 개발했던 프로젝트에서는 6명의 개발자가 맨날 야근을 해서 12개월 일정의 프로젝트를 6개월에 끝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투혼을 발휘한 것이죠.
그런데 그 프로젝트를 끝낸 후에 황당한 일이 생겼습니다. 회사에서는 3명 개발자와 함께 6개월에 일정을 마치라는 지시를 한 것이죠. 그 선배는 맨날 야근에 시달리며 3명의 개발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는데 안타깝게도 프로젝트가 끝난 뒤 몸에 무리가 생겨 병원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Written by <디버깅을 통해 배우는 리눅스 커널의 구조와 원리> 저자

[IT 에세이] 밤을 새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