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개발자의 캐리어 관점으로 테크트리와 빌드 오더를 잘 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전 가끔 아프리카 TV를 보는데요. 보통 스타(스타크래프트) BJ들이 진행하는 방송을 즐겨 봅니다.
김택용, 이영호, 이제동과 같은 레전드 게이머부터 전태규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홍구가 진행하는 방송을 즐겨 봐요. 보통 아재들이 스타 BJ 방송을 찾아 본다 하는데 맞는 말인 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스타 BJ들이 방송으로 말도 없이 하루 종일 게임만하는 걸로 아는데요. 흠, 사실 틀린 말은 아니죠.
정말로 스타 BJ들은 게임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스타 BJ 들이 가끔 이런 저런 게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이야기하는데요. 가끔 정말 놀랠 때가 있어요. 그 이유는;
* 정말로 교훈이 될만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거든요.
그 중 하나는 빌드 오더와 테크트리를 짜는 방법에 대한 건데요. 음, 대부분 빌드 오더와 테크트리가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죠?
프로게이머가 게임에 출전하기 전에 보통 7~8개의 빌드를 상대방에 맞춰서 준비를 하는데요. 생각보다 정말 치밀하게 준비를 한다는 군요. 그런데 빌드를 짤 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한다는 사실이에요.
* 즉, 시도한 빌드가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다음 빌드를 준비한다.
* 최대한 실패할 확률이 적은 빌드를 준비한다.
이렇게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짜고 게임을 준비하니 정말 연습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이처럼 아무리 열심히 게임을 준비해도 4번 게임에 출전하면 2번은 진다는 군요.
뭐, 제가 이 포스팅을 통해 게임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려는 것은 아니고요. 개발자의 빌드와 테크트리에 대한 생각을 말하려는 거거든요. 스타 BJ들이 빌드에 대해 이야기를 걸 듣고는 개발자의 빌드와 테크트리에 대해 좀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문득 든 생각은;
* 개발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타 BJ들이 말하는 빌드와 테크트리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대부분 다음과 같이 빌드를 짜지 않았을까요?
* 열심히 개발을 한다 - 개발 능력을 키운다 -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전문 위원으로 승진한다.
자, 스타크래프트 프로 게이머들은 빌드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여러 가지 빌드를 준비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실패할 확률이 가장 낮은 빌드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개발자로 실패했거나 개발자로 캐리어를 이어갈 수 없을 때를 대비한 빌드는 준비해놨나요? 아니면 정말 실패할 확률이 적은 빌드 오더를 머릿 속으로 그리고 있나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연차가 쌓일 수록 떨어지는 체력
개발을 좀 했다 싶으면 시니어급(연차 기준) 개발자들의 나이는 40을 넘어 섭니다. 40대 개발자분들은 의식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체적인 능력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 들어야 하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식단 관리를 해도 생체적인 능력이 감퇴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집중력을 더 유지하기 어렵고 오랫동안 자리에 앉을 수도 없습니다. 또한 대부분 40대 개발자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10+여년 개발을 하면 몸이 조금 씩 고장나기 시작해요.
* 허리가 안 좋다던가, 만성 두통이 있거나, 노안도 찾아오죠.
그런데 몸이 정말 안 좋아지면 뭔가 '해보려는 의지'도 많이 꺽일 가능성이 높아 집니다. 머리가 아프고 허리에 통증이 몰려오는데 뭘 집중할 수 있겠어요? 제대로 쉴 수도 없는데 말이죠.
아무튼 이런 사실을 시니어급 개발자분들은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조금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인식하면 따라오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는 시니어 개발자들은 조금 불쾌해 지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음, 저 소리는 출판사 에디터로 부터 많이 들었던 문구인데요.
이제,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시니어 개발자의 테크 트리
40대 개발자분들은 20~30대 개발자보다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개발 경험을 싹 무시한, 제로 베이스에서 20~30대 개발자와 경쟁을 하면 뒤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존의 개발 경험을 살릴 수 없는 '새로운' 분야에 40대 개발자가 뛰어들면 20~30대 개발자와 경쟁에서 거의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시니어 개발자 분들이나 시니어 개발자가 될 문턱에 있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개발을 하도록 빌드 오더를 짤 필요가 있습니다.
* 기존의 개발 경력을 살릴 수 있고 10여년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IT 분야
'보안', '게임의 렌더링 개발', '네트워크', '서버' 등등의 분야도 위에 언급된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어요. 제가 꾸준히 디버깅과 코드 분석을 통해 즐기는 '리눅스 커널'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입 개발자와 주니어 개발자는 어떤 빌드 오더를 짜야 할까
여기서 우리는 개발자로써 빌드 오더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어떤 개발 분야에 뛰어 들어 7~8년에서 10여년 동안 실전 개발을 하면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 내공이 쌓일 것입니다. 물론 열심히 즐겁게 개발을 한다는 가정입니다. 이렇게 개발 경력이 쌓인 다음에 7~10여년 동안 고생하면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겠죠.
그런데 이 시점에 자신이 몸 담은 개발 분야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멸된다면, 참 난감하겠죠. 그 동안 쌓은 내공을 발휘할 기회가 사라지니까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 기존의 개발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새로운 개발 분야에 뛰어 들어 내공을 다시 쌓아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 개발을 시작하는 신입 개발자 분들이나 5년 정도 경력의 개발자분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개발자의 빌드 오더를 짤 필요가 있어요.
* 7~8년 혹은 10년 후에 지금 개발하고 있는 분야가 시장에서 살아 남을까?
* 7~8년 혹은 10년 정도 개발 능력을 쌓으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는 게 중요해요. 그냥 회사에서 '시켜주는 데로' 개발하겠다고 생각하면 정말 위험해요.
개발자로써 빌드 오더를 잘못 짜거나 아예 빌드 오더를 고려하지 않고 개발하면 정말 피를 보게 되거든요.
Posted: 4/2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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